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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순 칼럼] 사랑 좀 빌려주실래요?

작성자 : 김중환 (IP: *.222.101.234)    작성일 : 2021-08-12 15:13   읽음 : 365

[충청광장]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마음을 끄는 아이들이 있다. 그들을 처음 보았을 때는 수줍음과 경계로 눈 맞춤도 하지 않았다. 필자 또한 어색하여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우리는 저절로 끈끈하게 좁혀졌다. 그들이 자라 대학에 진학하는 아이도 있고,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사회 진출을 원하는 아이도 있다. 대학에 진학하는 아이들은 여전히 그룹홈에 소속되어 센터장님들의 지속적인 보호를 받을 수가 있지만, LH로부터 주거 지원을 받고 자립을 시작한 아이들은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밥솥이며 식기, 자잘한 생필품은 센터장님들이 잘 챙겨서 첫 살림을 꾸려주시지만 그룹홈을 나서는 순간부터 철저하게 혼자서 독립을 해야만 한다.

천안에는 10개의 그룹홈이 있다. 그룹홈은 가정에서 양육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탁받아 가정관리를 하는 곳으로, 사명감이 있는 센터장과 관리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돌본다. 그러나 어릴 적에 부모로부터 분리당한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 정신적, 신체적 장애를 갖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여서 잘 먹이고 재우는 일보다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끌어안아 주는 일이 때로는 벅찰 때도 있다고 호소한다. 그들이 성장하여 정상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합류하도록 하는 일은 중요하고, 또 필요한 일이다. 우리들은 6년 전 ‘일사 일그룹홈’을 만들었다. 열 명의 회사대표가 한 개의 그룹홈을 맡아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정서적 후원을 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노라면 젊은 날 자식을 낳아 키울 때가 생각나고는 한다. 비록 곁눈으로 그들의 삶을 바라보지만, 훌쩍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걱정 반, 기대 반이 된다.

맹자에 의하면 늙고 아내가 없는 홀아비, 늙고 지아비가 없는 과부, 늙고 부양해 줄 자식이 없는 무의탁자, 어리고 살펴줄 부모가 없는 고아는 천하에 가장 곤궁한 부류들이니 왕은 정사를 펴서 어진 마음을 베푸는 게 왕도라고 했다.

복지제도가 헤프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이들을 위한 복지는 아무리해도 넘치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한다. 특히 가정에서 방기된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은, 아동에 대한 부모의 폭행이 도를 넘어서는 작금에,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이 성년이 되어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는 단번에 돌봄이 사라지니, 자립준비가 필요하다. 혼자서 밥을 지어 먹고, 혼자 직장에 적응해야 하고, 혼자서 외로움을 견디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랄 때 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경험하는 아이들을 본다. 근본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사랑의 갈증 때문이다.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다가 친구나 선배에게 자립 자금을 빼앗기거나 정서적 괴롭힘을 당하는 사례도 생긴다. 또 다른 배반을 경험하는 것이다.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직장 생활도 조금만 힘이 들면 퇴사하고 만다. 자존감이 낮아진 상황에서 그들이 나중에 또 사회적 약자가 되어, 결혼에 실패하고, 직장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며, 무의탁자로 늙어 갈 것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동안 국가나 사회에서 베푼 물리적 정서적 지원이 수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바르게 세우는 일은, 나라를 바르게 세우는 일에 버금간다고 생각한다. 외로운 아이가 단단한 청년으로 서는데, 온 마을 사람이 다 필요하다. 줄 게 없어도 괜찮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마음이다. 틈틈이 문자로 안부를 묻고, 퇴근길에 국밥 한 그릇 놓고 눈 맞추어주고, 지금 잘하고 있다고 등을 토닥여 주는 일, 그로 인해 한 아이가 겨우겨우 이 사회에 비집고 들어와 참 좋은 시민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들과 함께 가는 세상에는 거창한 청년정책 보다는 한사람, 한사람 잡아 줄 따뜻한 손이 필요하다. 사랑을 담은 손.

출처 : 충청일보(https://www.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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