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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순 칼럼] TV로 배우다

작성자 : 이영미 (IP: *.222.101.234)    작성일 : 2021-04-02 09:19   읽음 : 400


[충청광장]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몇 개 있다. 얼마 전 ‘세상에 이런 일이’ 에서는 소아마비 남편과 왜소증 아내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냈다. 동네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은 부부는, 어려서부터 소아마비로 다리를 쓰지 못하는 남편과 왜소증 아내였다. 손재주가 좋은 남편은 키 작은 아내를 위해 싱크대를 키에 맞추고, 침대를 낮추고, 자전거도 수리해서 무엇이든 아내가 편하게 사용하도록 고쳐주었다. 아내도 그런 남편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다리가 불편한 남편을 잘 챙겨주었다. 기왕에 자신들이 처한 환경에서 행복을 찾아 유쾌하게 사는 것이 바로 그들의 선택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드라마 같은 삶이다.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사회적으로도 존경 받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세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안에서 벌어지는 배우자들의 배신이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오는 원앙 부부가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병들고 불편한 배우자를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게 하는 것일까. 따뜻하다. 인기 드라마보다 감동적인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은 보고 싶은 드라마다.

‘자연인’의 집과, ‘펜트하우스’의 집으로 대비되는 환경의 대조는, 둘 다 현실체험을 하기에는 어려운 상상을 간접 체험하게 해주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재미로만 보기에는 생각할 게 많아진다. 등굣길 소녀들이 책가방을 메고 횡단보도 앞에 머물며 하는 얘기를 들었다. 낯익은 이름들이 술술 나왔다. 마치 현실의 이웃을 걱정하듯,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에 대해 진지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으리으리한 집과 파티, 상상을 초월하는 고등학교 학생들의 행동, 돈과 명예를 거머쥐기 위해 벌이는 주인공들의 잔인하고 파격적인 행보는 그것이 드라마로만 존재하여야 한다는 우려를 하게 했다. 그런데 어린 소녀들이 ‘은별이가 로나를 죽였잖아’라면서 학교 앞으로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

과연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렇게나 엄청난 돈이 필요한 걸까?. 자연인의 움막도 불편하겠지만 펜트하우스 계단에서 드레스를 입고 내려오는 일 또한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거실을 둘러보았다. 이만하면 자족하다. ‘신박한 정리’를 즐겨 시청한 덕분이다. 굳이 돈 들여 새로운 물건을 사지 않고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경험하는 것은 그야말로 신기한 발견이다. 서울의 비싼 집에서 사는 연예인들의 정리과정을 보니, 만지작거렸던 물건을 거침없이 나누는 일이 수월해졌다. 비우고 제자리를 찾아 정리하면서 마치 명상을 하듯 마음이 고요해지고 생각도 정리되는 것을 경험 했다. 집은 그곳에 깃든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공간크리에이터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 강원래 씨의 부엌이 아닌가 한다.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개수대를 보는 순간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사랑’을 만난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졌다.

어느 때보다 TV 시청이 많아진 요즈음, ‘자연인’에서 마음을 치유하는 이들과 공감하고,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열정을 배운다. ‘신박한 정리’는 물건에 대한 집착을 떠나 함께 사는 이들과의 관계를 친밀하게 이어준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집을 정리하고 나서 뉴욕에서 방문한 지인을 며칠 동안 내 집에 모실 수 있었다. 함께 먹고 자고 웃으며 지낸 날들은, 멀리 떨어져 전화로만 가능한 지금도 마치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기억이 바라지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소개해주는 TV가 있어 현실은 도전하고 즐길 가치가 있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가끔, 황당한 드라마도 맛깔 나는 양념이 된다.

출처 : 충청일보(http://www.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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