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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비정규직·취업준비생 애환 담은 인문학서"…'참붕어의 작가별 취업면접: 고전편'

작성자 : 관리자 (IP: *.107.35.201)    작성일 : 2015-07-30 09:38   읽음 : 934

 
 "면접을 보러 왔는데, 아직 확실한 직장은 아니었죠. 면접 담당자는 아직까지 내게 확신이 없었거든요. 구직자를 뽑을 때에는 누구는 결혼을 했고 누구는 안했는지 그리고 누구는 대학을 나왔고 누구는 안 나왔다든지 같은 것들이 모두 고려되겠죠. 대부분의 여성들이 일년 내내 힘들게 일하고도 3000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여성의 가난은 여성들을 속박하는 경멸적인 것이죠. 낭비벽때문일까요. 아니면 어머니에게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때문일까요. 정확히는 연봉을 적게 받기 때문이죠."(70쪽)

"세상은 승자의 것이라네. 안정된 계층의 교육을 수혜 받는 일은 또 어떤가. 그건 엄청난 행운이라네. 그들은 남들 위에서 성공하는 법과 그 밑에 자리한 자들을 경멸하는 법을 동시에 배우고 있지. 남의 불행을 불행이라 여기지 않고, 단순히 경멸하거나 무관심한 태도로 자신들의 지위를 스스로 칭송한다네."(228쪽)

직장생활 5년차인 32살 직장인(필명 참붕어)이 '참붕어의 작가별 취업면접: 고전편'을 냈다. 그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영화·문화 등의 분야 글을 쓰는 필자다. 7년 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4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참붕어의 작가별 취업 면접'을 이번에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김소월, 이상, 공자, 조지 오웰, 세익스피어, 괴테, 니체, 헤르만헤세, 톨스토이 등 역대급 대문호 36명의 면접 상황을 설정하고, 각 문인들이 취업면접을 어떻게 하는지 그들의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문체와 형식으로 풀어냈다.

그는 각박한 취업환경과 노동환경으로 내몰린 젊은이들이 더 이상 문학, 책을 읽지 않는다며 하루하루 고된 일상에서 살아가는 구직자들과 직장인들에게 책을 바친다고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대학 가서도 좋은 학점과 어학점수, 자격증 만을 생각할 뿐 문학을 음미할 여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스펙을 쌓기 위해 버겁게 살아가는데, 기업들이 젊은이들에게 '인문학적 소양'까지 갖출 것을 주문한다며, 이에 맞춰 또 기계적인 독서에 열을 올리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정규직 전환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인턴직과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파렴치한 대우를 받고도 바보같이 '노력이 부족해'하면서 꿈과 열정을 불태운다"며 "그저 열광적으로 착취당하며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 환상 속의 희망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내내 극복하고, 바보처럼 꿈을 향해 도전하는 것이 오늘날 청춘들의 미덕이다. 젊어서 고통 받는 게 당연하고, 끊임없이 젊음을 불태워야 한다. 그러다 실패하면 스스로 멍청한 탓, 게으른 탓, 못난 탓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랭 드 보통'의 말에 따르면 과거 사람들은 그렇게 실패한 사람들을 '불운한 사람'으로 묘사했지만, 오늘날은 그저 '루저'로 분류한단다. 참으로 혹하다"며 "노동, 취업, 젊은이들의 삶에 대해 불평하고 한탄하려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고통을 받으며 열심히 열정 디스카운트를 하고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공자께서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회사는 일 년에 한 두 번만 공채 등용을 벌이지 않느냐, 그것은 명백히 구직자에 대한 예의이니라' 하셨다. 백수가 다시 되묻기를 '만일 삼 개월 후에 다시 지원했는데 또 떨어지면 어떡한단 말입니까. 저는 굶어 죽을 겁니다."(17쪽)

"자네가 소개해준 로펌에서 연락이 왔다네. 정규직은 힘들 것이고, 일단 면접부터 보자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이네. 그런데 회신에선 뜬금없이 이력서 가지고 따지고 드는 게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네. 사실 잉크가 번질까봐 이력서에 모래를 뿌려 보냈는데 면접관이 모래가 씹혔다며 내게 뭐라고 했다네.(중략) 처음부터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곳에서 경력을 쌓다보면 정규직 전환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볼까하네."(180쪽)

"면접은 고용주에게만 선택하는 권리가 있는 게 아녜요. 당신이 나를 평가하는 동시에 나도 당신을 평가하고 있는 거예요. 그건 프로포즈와도 같죠. 많은 커플들은 서로를 오해하여 결혼을 하기도 합니다만, 다행히도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의 오해는 없는 것 같네요. 잘 가시오, 예술가 씨."(90쪽)

작가는 한국과 세계 각국 문인들의 영혼에 빙의해 이 시대 청춘들의 고달픈 삶을 그렸다. 고용 불안과 정규직과의 차별로 고통 받는 비정규직의 아픔, 극심한 취업난으로 무한경쟁에 내몰린 취업준비생들의 애환과 울분을 속시원하게 풀어준다. 270쪽, 1만4000원, 다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