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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순칼럼] 처음 살아보는 예순살

작성자 : 관리자 (IP: *.107.35.157)    작성일 : 2015-05-15 09:46   읽음 : 2,149

 슬그머니 한 해가 바뀌었다. 그래서 예순 살이 됐다. 쉰 살이 되었을 때 느꼈던 감정과 많이 달라서 놀랍다. 10년 전 내가 쉰 살이 됐을 때, 가장 고단한 삶의 한가운데서 나이만 먹어가고 있는 자신이 측은해서 우울했던 기억이 있다.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었던 나였다.
 

 무엇이든 해보려고 고군분투했지만 무엇이든 벽에 부딪혔다. 그래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그 높은 장벽 앞에서 맥없는 세월을 감당하면서 서성였다. 그 때 만든 새로운 지도가 예순에 펼쳐졌다. 예순의 사전적 정의는 '열의 여섯 배가 되는 수'다. 시들했던 쉰이 되고 나서 열 살이 지나 예순이 됐을 뿐인데 지금은 무엇이든 새롭다.
 

 할머니, 엄마를 바라보고 살았던 지도가 사라졌다. 내 기억 속의 친정엄마는 예순이 되기도 전에 폭삭 늙어 버려서 더 이상 여자도 아니었다. 아버지를 여의고도 누구 하나 엄마에게 결혼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나이에 새로운 시작이 가당키나 하냐는 듯, 입에 담지도 못하게 했다. 회갑잔치를 하고 칠순 잔치를 하고 팔순잔치를 하고, 그렇게 엄마는 속절없이 늙어 갔다. 어린 시절 골목에서 만난 예순의 여자들은 쪽 진 머리에 구부정한 허리로 자신의 삶을 순하게 받아들였다. 손자를 등에 업고 분칠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사는 수 말고는 달리 방법을 알아낼 도리가 없다는 듯, 그래서 거꾸로 가려는 욕망 없이도 잘 살았다.
 

 어느 날 갑자기, 정말이지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사람이 백 년을 살 것이라 장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인들이 공원을 메우고 전철을 메우고, 도서관을 메우고, 시장도 채웠다. 초고령 사회를 살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유럽인은 어떻게 사는지, 일본인은 어떻게 사는지 연일 매스컴에서 노년의 삶에 대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고는 있지만, 일상은 가장 가까운 이들로부터 학습한 경험과 충돌했다. 정년 후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해 일선에서 물러나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다 보니 삼십 년 동안 노인으로 살았다는 얘기를 듣는다.
 

 삼십년 전만 해도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잘 여기까지 잘 왔다고 환갑잔치도 해주지 않았던가. 처음 살아보는 예순 살이다. 그동안 갖고 있었던 노인에 대한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개척하며 살아야 한다.'인생은 60부터'라는 고전적인 단어가 이제 제대로 귀에 들린다. 정년이 있기는 하지만 신체적 건강은 정년을 거부한다. 팔십 노인이 청바지를 입는 것쯤이야 놀랄 일도 아니다. 이제 늙지 않는 신체를 정신이 이해하고, 사회가 받아들이고, 공감해야 한다. 은퇴하기에 충분한 나이라고 하지만 내 몸은 아직도 삼십 년쯤 더 부려먹어도 될 만큼 팔팔하다.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예순 살 아침에, 나는 나의 며느리에게 물려줄 새로운 지도를 작성 중이다.
 

 처음부터 할머니였던 외할머니로부터 받은 지도는 역사책 그림으로 남을 것이다. 예순, 무엇이든 할 만하다는 생각으로 충만한, 충분히 설레는 나이다.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공동대표 / 충청일보 / 201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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