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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순 대표 칼럼] 스무고개

작성자 : 김보람 (IP: *.222.101.234)    작성일 : 2020-09-15 14:18   읽음 : 452

스무고개라는 놀이가 있다. 질문하는 사람이 어떤 사물을 마음속에 생각하고 다른 사람이 그것에 대해 스무 번까지 질문하면서 알아맞히는 놀이이다. 질문을 한 사람은 ‘예, 아니요’로만 답을 유도 할 수 있다. 도무지 오리무중 같았던 질문에 스무 번씩이나 도전을 해서 결국은 그 답을 알아냈을 때, 또는 더 적은 질문을 하고도 그 답을 알아냈을 때 ‘추리력’에 탄성을 자아냈던 경험이 있다. 어릴 적에 즐기던 놀이였다.

메타인지의 사전적 정의는 ‘인지에 대한인지’ ‘생각에 대한 생각’ ‘고차원의 생각하는 기술’이라고 한다. 자신을 객관화하여 볼 수 있는 능력으로 자기가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을 구분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르는 것을 더 학습하면 더 높은 학습 능력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인지는 지식을 단순하게 이해하는 것이지만 메타인지는 자신의 지식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 지식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라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영역이다.

콜럼비아 대학의 리사손 교수는 ‘쉽게 배운 것은 쉽게 잊어버리지만 어렵고 힘들게 학습한 것은 뇌에 남는다.’고 했다. 그냥 계속에서 눈으로만 쉽게 읽는 학습 방법보다는 모르는 부분에 대해 스스로 이해가 가능하도록 셀프테스트를 하라는 것이다. 실수하고 오랜 시간 학습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호기심과 자신감, 용기를 가지고 노력하는 자세가 메타인지를 발달시키는 과정이라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 활동이 반 이상 줄었다. 오라는데도 없고, 가서는 안 되는 곳도 있고, 모두들 조심하는 분위기에서 예전처럼 사람 만나는 일로 시간을 보내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몸을 건사 한다고 집에서 혼자 쉬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30년 이상을 별러왔던 영어공부를 하기로 했다.

서른다섯에 첫 직장 생활을 했을 때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영업직이었기 때문에 한국어로 말하기, 듣기 수준의 능력이면 그것을 수행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열심히 일한 결과 삼성의 중간관리자가 되고, 외국인 회사에 지점장이 되고, 중소기업의 해외영업부 상무가 되는 과정 중에서 영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절실한 필요에 의해 대학원을 졸업하고 학위를 땄지만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얼굴이 화끈거리는 부끄러운 순간들을 자주 경험하게 되었다.

늘 책상에 영어 교재를 놓고, 테이프를 사서 듣고, 각종 영어 매체의 온라인 수업을 듣고, 때로는 외국인과 화상 통화를 하며 도전하였지만, 기초 실력도 떨어지는 데다, 하고 있는 업무가 과중하다 보니 시간을 내기가 너무 어려워서 시작했다가 포기했다가를 수없이 반복했다. 그리고 요즘, 다부지게 재도전을 시작했고 메타인지를 통해 말문이 트여가고 있다.

스무고개 퀴즈처럼, 아리송하고,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대면 수업이 안 되면 영상 전화로도 수업을 진행하시는 원장님의 끈기가 때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줄탁동시’의 깨달음을 경험하고 있다. 아기가 엄마에게 말을 배우듯, 금방 듣고도 잊힌 단어들을 반복을 통해 기억해 낸다. 어려워서 하고 싶지 않았던 문법 문제도 수시로 꺼내 끙끙대며 풀어본다. ‘실수하고 오랜 시간 학습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노력하라’는 리사손 박사의 말을 상기시킨다. 그러면서 혼자 중얼거린다. 이것은 30년 전에 했어야 했던 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