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에서 커피집을 운영하는 임성용 블로거는 커피를 만드는법,
나아가 커피숍 창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완벽한 한 잔의 커피를 위하여’
임성용(35) 블로거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끈 것은 한 권의 책이다. 이제 그는 포병 대위라는 직함 대신 의정부의 ‘Cafe #210’의 사장이 됐다. 독서를 좋아하고, 또 책을 통해 새로운 삶에 도전한 그답게, 그가 운영하는 ‘임성용의 Cafe #210(http://blog.naver.com/fieldleaf)’에는 그가 읽은 도서들이 맛깔나게 소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곳곳의 커피와 차, 브런치와 와인에 이르는 다양한 정보가 망라되어 있다. 상품으로서의 커피 뿐 아니라 커피를 만드는 법, 나아가 커피숍 창업에 대해서도 소개되어 있다. 돈보다는 ‘인연’이 더 소중하다는 임 블로거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블로그 닉네임이 ‘뫼르소’다. 무슨 뜻인가.
‘뫼르소’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주인공이다. 소설 ‘이방인’에서 뫼르소는 살인을 저지르고 재판을 받는다. 음모에 휘말렸기 때문에 재판관이 원하는 대답을 했다면 살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그는 세상의 부조리와 일반적 사고·행동을 거부하고 스스로 사형을 받아들인다. 저는 뫼르소를 통해 자아에 대한 화두를 잡고 사색에 빠질 만큼 강렬한 매력을 느꼈다. 또한 저는 커피와 함께 와인도 좋아하는데, ‘뫼르소’는 프랑스 한 지방의 이름이면서 상당히 고급 화이트와인의 이름이기도 하다.
-블로그의 도서 리뷰가 인상적이다. 원래 독서를 좋아했는지.
어머니께서 책을 많이 사다 놓으신 덕분에 독서하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학군단(ROTC)을 마치고 포병 장교로 13년을 복무하면서도 책은 늘 곁에 있었다. 그 중에는 의무적으로 읽어야 하는 수많은 군사서적도 포함된다. 그때 비로소 독서의 참 맛을 안 것 같다. 활자로 종이를 메우고 있다고 해서 모두 책이라고 말할 수 없다. 내게 책이란 ‘쉼이 되는 것’이었다.
-책에 대한 애정이 상당한데, 독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
나는 자기계발서 종류보단 고전을 좋아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는 ‘세월의 세례를 받은 책’이란 구절이 나온다. 이처럼 고전은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시간과 역사로부터 검증받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또 고전은 내게 고민하고 상념에 빠지게끔 하는 화두를 던져준다. 고전에는 생각할 여지가 무궁무진하다.
나는 나누고 함께하는 독서가 좋다. 이곳 의정부에는 ‘의정부 독서쟁이’라는 독서모임이 있다. 회원 수는 10여 명에 월 1회 정기모임을 갖지만, 함께 독서를 나누며 소통하기에 관계가 매우 끈끈하다. 본의 아니게 내 카페가 이 모임의 아지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요즘은 그동안 사 놓은 책 중에서 정말 소중한 것을 제외하고는, 늘 차에 싣고 다니면서 지인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고 있다.
-군 장교란 직장을 나와 커피숍을 창업하게 된 사연은.
커피와 나의 인연은 2005년부터다. 당시 문득 ‘커피는 식사비 만큼이나 비싼데, 제대로 알고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지인에게 부탁해 ‘한 잔의 완벽한 커피를 위하여’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책을 읽다보니 관심이 커졌고, 커피 만드는 법을 따라했다. 깊이 있는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새 커피관련 세미나나 대회에도 참석하고 있었다.
이런 열망이 커지는 것과 함께, 당시 읽었던 책들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지금 당장 실천하라’든지 ‘진정한 삶의 가치’라든지 하는 문구가 와 닿았다. 그 문구들이 내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
-무료로 커피 및 커피숍창업 교육을 해주는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 원래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지인들로부터 커피 학원을 제안받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커피숍’이었다. 그렇다고 지금껏 공부한 지식이나 창업을 준비하면서 얻은 경험을 썩히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나누고자 마음을 먹었다. 10단계 코스로 커리큘럼을 만들었고, 도움을 원하는 이들에겐 손님이 적은 오전시간대를 활용해 교육하고 있다.
-일할 시간도 부족한데, 나눈다는 결심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내가 창업할 때 이렇게 이끌어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대신 나는 이 일을 통해 돈보다 더 귀한 ‘인연’을 얻었다. 커피 대신 칵테일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친구, 내년에 커피숍을 오픈하는 친구, 경찰서 내에 있는 커피숍에 매니저가 된 친구까지. ‘커피’라는 매개를 통해 저마다의 자리에서 애쓰는 친구들을 보면서 큰 힘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커피숍은 ‘기다리는 직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찾아와주는 이들, 그들과의 인연은 너무나 감사하다. 이들은 언제든지 내게 찾아와 이야기를 건네주고 또 들어주며,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는다. 이보다 소중한 것이 있겠나.
-이시대의 청년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3주 전에 사촌 동생이 군에서 제대해 나를 찾아왔다. 그 친구는 만족도, 꿈도, 이루고픈 목표도 없었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꿈을 꾸지도, 이루지도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들에게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또 쫓아라. 그것을 위해 정말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하라. 그럴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