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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기업 정년연장 의무화
은퇴자 급감… 대졸자는 지속 증가
청년실업률 두 자릿수 고착화 우려
#. 2018년 여름, 구직 3년째를 맞는 K씨는 연일 신문을 장식하는 ‘사상 최악, 전대 미문의 취업난’ 기사에 한숨을 내쉰다. 때마침 TV 자막엔 ‘청년 체감실업자 200만명 돌파’라는 속보가 지나간다. 대기업 정년퇴직자가 최근 2년간 예년의 4분의 1로 급감한데다, 대졸자는 매년 2만명 이상씩 더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다. K씨는 “2020년 이후엔 취업난이 다소 완화될 전망”이란 정부 발표에 쓴웃음을 지었다. 대학 졸업 후 5년이 넘은 자신을 어떤 기업이 뽑아줄 지 자신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탈출구조차 없는 청년고용의 빙하기가 우리 사회에 엄습하고 있다. 그간의 만성적인 일자리 난에 더해 유례 없는 인력 수급 불일치가 향후 5년간 몰아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예상되는 청년고용 빙하기는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위기 이후 겪었던 대량 실업ㆍ취업난에 이어 우리 사회에 세 번째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선제적인 대응이 없을 경우, 장기간 우리 경제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거란 경고음이 커진다. ★관련기사 3면
26일 국내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의 정년연장이 의무화되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기업들의 채용수요 급감과 신규 사회진출 인력의 일시적인 증가가 겹치며 극심한 청년고용난이 예상된다.
올해 각각 1만6,000명과 17만5,000명 수준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년은퇴자 규모는 내년 4,000명(대기업), 내후년 3만8,000명(중소기업)으로 4분의 1 수준까지 급감할 전망이다. 반면 올해 30만8,000명 가량인 대학졸업자는 내년 이후 2020년까지 매년 평균 32만명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증가하는 일자리 수요와 반대로 기업들의 공급(채용)은 줄어들면서 지난해 9.0%까지 치솟은 청년실업률은 올해 9.5%, 내년 9.7%, 그리고 내후년엔 10.2%까지 수직 상승할 거란 예상(대한상공회의소)이 나온다.
청년고용 빙하기는 피해 당사자 계층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깊은 내상을 남길 것으로 우려된다. 취업 기회를 박탈당한 청년층은 학교교육으로 쌓은 지식은 물론, 직장에서 얻는 기술습득의 기회마저 잃게 된다. 이들의 소비감소는 내수 침체를 부르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가 늘어난다. 서로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세대간 갈등은 사회 통합을 더더욱 어렵게 하고 청소년조차 3명 중 1명은 공무원이 되려는 위축된 사회의 미래 성장동력은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청년실업이 단지 경기변동의 산물을 넘어 왜곡된 인구ㆍ산업구조, 교육시스템, 세대간 갈등 등 갖가지 사회 모순이 집약돼 나타나는 구조적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그만큼 사회 구성원 전체가 나서 타협과 양보를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최근 세계적인 불경기에도 청년고용 모범국가로 언급되는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은 모두 사회 각층의 대타협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서 헤쳐 나온 나라들이다.
전용수 한양대 교수는 “청년실업 문제와 관련해 지금 우리 사회는 모두가 미래의 위험을 알면서도 서로 믿지 못하고 견제만 하는 상황”이라며 “기업과 정부, 청년과 취업 기득권층 모두가 당장이라도 드러내놓고 대타협에 나서야 하며 합의된 원칙은 정권과 관계없이 지속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