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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경제성장 고용기여율 18% → -1.3%로 추락"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없는 고용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이 1% 성장할 때 늘어나는 취업자 수를 나타내는 성장의 고용 탄력성은 2000∼2007년 평균 6만6천명이었으나, 금융위기 이후인 2011∼2014년에는 평균 14만8천명으로 증가했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고용 없는 성장' 문제 해결이 큰 이슈였지만, 위기 이후에는 저성장 속에서도 고용이 늘어나는 반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낸 경제전망보고서의 주요 현안점검 자료에서 이런 성장의 고용창출력 확대 현상이 나타난 배경을 분석했다.
한은이 취업자 수 증감을 추세 요인과 경기 요인, 불규칙 요인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경제성장과 관련된 경기 요인이 고용 확대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적 요인이 고용 확대에 기여하는 비율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1∼2007년 18% 수준이었으나, 위기 이후인 2011년부터 2015년 1분기 사이에는 -1.3%로 크게 축소된 것이다.
반면 추세 요인과 경기 요인을 제외한 나머지 불규칙 요인의 고용 기여율은 같은 기간 -9.3%에서 15.7%로 크게 확대했다.
결국 저성장 흐름 속에 최근 고용 호조 현상이 이어진 것은 경기 외적인 요인의 영향이 컸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55세 이상 장년층이 고령화와 노후 소득여건 미흡으로 노동시장에 잔류하면서 최근의 노동공급 증가를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2001∼2010년 장년층 취업자 수는 연평균 14만명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2011∼2014년에는 연평균 36만명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정책적 요인 등에 힘입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2010년 이후 남녀 고용률 격차가 매년 0.1∼0.2%포인트 감소한 것도 취업자 수 증가의 한 요인이 됐다.
핵심 연령층인 30∼54세의 남녀간 고용률 격차는 2010년 30.6%였으나 2014년에는 29.7%로 줄었고, 2015년 1∼5월에는 29.1%로 더 좁혀졌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에서 낮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전기장비 및 기계장비와 같은 저생산성 업종과 종업원 9명 이하 소규모 업체를 중심으로 고용이 호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부진한 상태에서 정부의 고용률 확대 정책으로 취업자 수가 늘어난 것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문제는 투자 없는 고용이 불러오는 고용의 질 추락이다.
한은은 설비투자 부진에 따른 자본장비율 하락과 저부가가치 업종의 취업자 수 확대 여파로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2001∼2007년 연평균 3.0%에서 2008∼2014년 1.7%로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또 실질임금 증가율은 같은 기간 중 3.8%에서 0.6%에서 낮아지면서 노동생산성 증가율 감소보다 더 큰 폭으로 둔화했다고 추산했다.
투자 정체로 전체 파이의 크기는 변하지 않았는데 나눠 먹는 사람 수는 증가하면서 1인당 돌아가는 파이의 크기가 줄어들게 된 셈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가 고용을 유발한다는 것이 경제학의 전통적인 시각"이라며 "최근 투자가 미진한 가운데 고용 증가가 유지되는 현상은 정책적 노력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투자 없이 고용이 확대되다 보니 종사자 개인의 일자리 질은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규직 신규 채용 대신 청년 인턴만 늘리는 등 반쪽 일자리만 증가하는 현상이 이런 맥락"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