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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순 칼럼] 걷기 좋은 날

작성자 : 김중환 (IP: *.222.101.234)    작성일 : 2018-10-25 15:52   읽음 : 596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일어나자마자 창을 여니 소슬한 바람이 잠이 묻어있는 베개를 흔든다. 팔랑팔랑한 바람이 반갑다. 다시금 우주의 조화에 감탄한다. 도무지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더위, 나사가 몇 개쯤 빠진 물체처럼 감을 잡을 수 없는 여름을 보내며 두려움이 많았다.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이 3주간 계속되고 있다는 뉴스 속에 불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는 토네이도는 경악할만했다. 무력한 듯 엎디어 있던 자연의 진짜 모습이었다. 그 앞에 겸허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다시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88일간 용암을 쏟아내던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 태풍 솔릭, 40도에 육박하는 엄청난 무더위, 여름이 그대로 눌러앉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그 지루한 날들, 찜통 속에서 입추를 보냈다.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에도 안하무인의 무더위는 계속되고 있었다. 이게 마치 지구 온난화의 재앙인 듯. 12월이 되면 과연 겨울이 올까? 그런 바보 같은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불과 며칠이 지나자 언제 더웠냐는 듯, 아침저녁으로 웃옷을 챙겨 입을 만큼 선선해졌다. 이런 게 기적이다. 자연이 자연스러운 것이 기적이다. 이루어질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그 자연스러운 기적 앞에서 안도의 행복감을 느낀다.

더욱 행복한 것은 서늘하여 걷기가 한결 수월해졌다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 체육관이 있기는 하지만 자연을 끼고 두 발로 척척 걸어 나가는 일만 하겠는가. 몸이 느끼는 최적의 컨디션, 새벽바람에 힘차게 다리를 뻗어본다. 걸어야 산다는 말이 꽤 마음에 닿는다. 돈 들이지 않고도 보약 못지않은 운동이 걷기다. 반대방향에서 오는 사람과 눈인사도 하고, 빠른 걸음으로 곁을 지나는 이들의 바지런한 걸음을 보는 것도 좋다. 뇌도 좋아 진다니 이래저래 걷기만한 운동이 없는 것이다.

걷는 것을 좋아해서 날마다 천호지를 한 바퀴씩 돌지만, 독립기념관 단풍나무 길도 자주 걷는 편이다. 천호지 주변은 그늘이 많지 않은 게 흠인데, 독립기념관 단풍나무 길은 푸른 잎사귀 덕분에 제법 운치도 있고 걸을 만하다. 때로 그런 길을 한없이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30일 이상 걸려서 800키로 미터를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종일 걷고, 다음날까지도 또 걸을 수 있는 길이 생겼으면 좋겠다. 독립기념관 단풍나무 길부터 현충사까지 이어지는 길, 우리지역에 그런 순례길이 만들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산악회 활동을 하다보면 가파른 악산도 오르게 되는데 숱하게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정상을 오르고 나면 온몸이 쑤신다. 이제는 평지길이 더 좋다. 이야기가 있는 길, 건강에 대한 소망도 이루고 역사를 돌아보는 애틋함도 있고, 자연경관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그런 길을 걷고 싶다. 유모차에 의지한 노인도 마음만 먹으면 걸을 수 있는 그런 길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이렇게 쾌청한 날에는 하염없이 멀리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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