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커리어잡스

칼럼

Home > KCJ NEWS > 칼럼

[유인순 칼럼] 오래된 버킷리스트

작성자 : 관리자 (IP: *.203.254.213)    작성일 : 2017-04-28 10:28   읽음 : 1,043

http://www.ccdail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20102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명함을 다시 새겼다. 한국커리어잡스 대표, 상담학 박사라는 내용 외에 나사렛대학교 교양 교육학부 겸임교수라는 직함이 보태졌다. 누가 뭐래도 꽃보다 아름다운 인생이다. 이렇게도 '꿈이 이루어지는구나'라고 생각하니 울컥 울음이 솟구쳤다. 열여섯 살 중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산산이 깨졌던 꿈이었다. 꿈이 없어졌다고 삶을 포기할 수 없어 닥친 인생을 아등바등 살아보았지만 마치 늪에서 허우적거리듯 점점 가라앉기만 했었다.

 몸도 마음도 지치고, 지독한 우울증까지 겹쳐서 삶의 의욕이 수시로 접혔다. 할 만큼 했다고 여기는데도 만족스럽지 않은 내 일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영업으로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버는 일, 그것은 내가 하고자 했던 일들이 아니었다. 그저 시류에 밀려 선택했던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가슴이 떨리지도, 자족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누구나 하루 밥 세 끼 먹는 인생에서 더 잘 먹고, 더 잘 입고, 더 잘 사는 일이 필자에게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쉰 살을 넘어서야 '무엇 무엇을 갖고 싶다'는 일색의 꿈 노트를 지우고 다시 버킷 리스트를 작성했다. 타인의 삶을 돕는 나, 지속 성장하는 A급 회사 운영하기, 실업자에게 감동을 주는 취업 강사, 젊은 구직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강사, 신용카드 지출 50만 원 이내로 줄이기, 재래시장에서 장보기, 적은 돈으로 살면서 행복해지기, 장기기증하기, 내 삶의 가치관과 소중한 꿈들을 담았던 오래된 버킷 리스트들이 살아났다. 하나를 이루면 다음 꿈이 그려지고, 그것을 향해 밤을 낮처럼 쓰는 날들이 행복했다. 늦게 공부하는 일이, 스키를 타고 골프를 치는 일보다 행복했다. 쉰여섯에 박사 학위를 받고, 쉰아홉에 대표이사가, 되고 드디어 예순둘에 겸임교수 발령을 받았다.

 

 버려진 씨앗처럼 거친 땅에 떨어져 수십 년간 묻혔던 십 대의 꿈. 그것을 다시 집어 올려서 가슴 설레는 내 길을 열었다. 그날의 선택이 있었기에 자족한 오늘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1강부터 7강까지 강의를 하다 보니 파노라마처럼 간단없이 필자의 이십 대가 그려졌다. 버킷 리스트 작성하기, 심리검사하기, 직업선호도 검사하기, 직업 가치관 세우기 등 수업 내용을 토대로 자기분석을 통한 진로 탐색 중간리포트를 제출하라고 했다. 다음 주, 중간 리포트가 접수되면 나는 또 얼마나 행복 할까.

 

 일일이 그들의 숙제를 보아주면서 꿈을 찾아 떠나는 젊은이들에게서 벅찬 감동을 느낄 것이다. 꿈이 있는 한 그것을 이루는 일은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확고한 믿음에, 마이크 없이도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풀 죽었다가도 강의가 시작되면 오히려 생생해진다. 간절히 원하는 일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제 필자는 하고 싶은 일로 세상에 명함을 내 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