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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광장]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유퀴즈' TV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거기에는 수많은 직업 명장이 나오기 때문이다. 출연한 직업인들의 스토리는 늘 감동을 포함한다. 스무 살 출연자이든 아흔 살 출연자이든 그들이 겪어내는 현장 경험에는 언제나 뼈 때리는 감동이 있다. 여든이 넘은 이종률 조율 명장의 이야기를 듣다가 '조율'이라는 단어가 가진 철학적, 심미적 표현에 빠졌다. "도 음 하나를 결정 하려면 위쪽 4도에도 물어보고 5도에도 물어보고, 옥타브에도 물어봐야 되요. 내가 여기 서도 되는가. 그래서 다 오케이 되면 그음이 그 자리에 서는 거예요. 이게 조금만 어긋나면 화음이 안 맞아요" 조율의 사전적 의미는 일이나 의견 따위를 적절하게 다루어 조화롭게 하는 것. 또는 악기의 음을 일정한 표준음에 맞도록 고르는 일이라고 되어있다. 이종율 명장이 피아노를 만지면 음에서 빛이 나는 것 같다고 연주자들이 말한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가장 아름다운 자리를 조율해서 지정해 주었기 때문이다. 수십 년을 해 온 일이지만 82세 때보다 83세가 되니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더 나은 것을 향해 날마다 진화하기에, 늘 새로운 학습이 필요하다고 명장은 말한다. 작업 할 때도 활시위를 당기는 궁사처럼 순간의 호흡을 참아가며, 피아노의 230개 줄을 만지는데 그 작업이 때로는 20시간에서 30시간이 걸리기도 한다니 상식을 뛰어넘는 노력이 명장을 만드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렇게 조율하는 동안은 무대에 선 연주자와 똑같은 기분을 갖고 피아노를 만진다고 한다.우리는 일을 하면서 조율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업무 분장으로 팀간 불협화음이 있을 때도 적당히 조율해보라 하고, 거래에 있어서 가격이 맞지 않다고 느낄 때에도 조율 해보자며 다가선다. 부부 사이에도 의견이 맞지 아니하면 조율을 시도한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한 조율이라는 뜻에는 4도에게 물어보고 5도에게도 물어보고 옥타브에게도 물어봐야 한다는 의미가 빠져 있었던 것 같다. 본인이 맞는다고 생각한 일을 고집하며 옆에서 내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조율이었던 것 같다. 각각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전체 옥타브의 의견도 물어보는 조율이야말로 명장다운 타협의 기술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하여 빛나는 아름다운 관계가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조율은 한번만이 아니고 수시로 그 기능을 해야 하는 것처럼 사람 간의 관계에서도 빡빡한 느낌이 들기 전에 나의 옆 사람에게 그 자리에 내가서도 되는지 물어볼 일이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라는 말처럼 무책임한 말이 없는 것 같다. 상황에 따라 그 사람의 사회적 자리도 조금씩 변동이 있어야한다. 음을 아는 조율사가 그것을 지정해 주듯, 사람 사는 관계에서도 누군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위하여, 서야 할 자리를 정해 준다면 얼마나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 퍼질 것인가. 명장의 손을 거친 피아노처럼, 내 이웃과 그런 화음을 갖고 싶다. 출처 : 충청일보(https://www.ccdail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