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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광장]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입학금을 냈다. 다시 학생이 되기로 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학창 시절이었지만, 가장 몰입했던 시간도 그때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만 불 끄고 자라고 성화를 대는 엄마를 피해 이불 속에 전구를 넣고 숨죽이며 시험공부를 했던 중학교 시절에는 목표가 있었다. 방학 때 마다 내려오는 삼촌은 ‘이수일과 심순애’의 주인공 같았다. 흰 피부에 멋진 교복과 교모를 쓰고 서울말을 하는 삼촌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 학교에 가면 삼촌 같은 멋진 남자 친구도 생길 것 같은 설렘이 있었다. 서울 명문대에 다니는 삼촌에게서는 동네 오빠들과는 차원이 다른 귀티가 났었다. 삼촌과 고모를 서울에 유학 보내서 가르치던 아버지의 사업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공부가 재미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일등이 가질 수 있는 기쁨을 알아버려 다른 놀이도 잊었다. “계집애가 공부해서 뭐 할 거냐”고 야단치던 엄마의 마음을 그때는 몰랐다. 어느 날 집안의 귀한 물건에 빨간딱지가 붙고, 모든 것들이 낯설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엄마는 출산을 하였다.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고모, 그리고 일곱 아이는 망해버린 아버지의 주머니에서 더는 아무것도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배고프다는 것이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인지 알게 되었다. 우물에서 길어 올린 찬물로 배를 채우며, 그동안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해 내가 보낸 시간이 허사였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하루를 굶고 난 허기보다 고통스러웠다.
공부 잘하는 기와집 종손녀가 고등학교 진학을 못 할 거라는 소문은 동네 어른들의 혀를 차게 했고, 우연히 그 소리를 들은 동네 언니가 내 손을 잡아 주었다. 장학생선발 메모지를 건네받던 골목 어귀에서 쪼그리고 앉아 한없이 울었다. 기회가 생겨 다행이라는 생각보다는, 가고 싶은 고등학교에 갈 수 없다는 절망감이 더 컸던 것 같다.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는 천덕꾸러기로, 도시락 없이도 악착같이 학교에 다녔다. 차비가 없는 날은 청주에서 조치원까지 세 시간을 걸어야 했다. 성적을 유지해야 장학금을 탈 수 있어서, 목적도 없는 공부를 해야 했던 여고 시절은 불행했다.
장학생으로 선발된 친구들은 각자의 목표를 설정하고 야무지게 공부했다.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친구,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는 친구, 인근 지역대학에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를 바라는 친구들 속에서, 나는 졸업을 하기위해 성적을 유지해야 하는 목표밖에 없었다. 한없는 열등감으로 어두운 여고 시절을 보내고 졸업하자마자 화풀이하듯 결혼했다. 가난한 집을 떠나기 위해서, 병든 아버지를 떠나기 위해서, 내게 턱없이 무거운 짐을 덜어내기 위해서, 그냥 결혼했다.
쌀밥은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는 그 남자를 따라갔다. 농사를 짓고, 아이 셋을 낳고, 시부모님의 병시중을 하면서 끝나지 않는 고통으로 버티었던 젊은 날, 내가 친정에 두고 온 짐을 그대로 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행 총량의 법칙이었을까?
그 세월을 고스란히 감내하고 난 후, 아들 셋이 결혼하고 나자, 다시 공부할 기회가 주어졌다. 방송대를 졸업하고, 석사, 박사 코스를 숨 가쁘게 이어 달렸다. 책의 행간에서 기쁨을 찾았고, 열등감으로 왜곡된 인간관계가 풀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원망하고, 시부모를 원망하고, 남편을 원망했던 시간을 되감기 시작했다.
작년, 코로나로 사람들과의 소통이 단절된 시간을 빌어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일 년 동안 재미있게 공부하고 나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졌다. 방송대 영어영문학과 2학년에 편입 등록을 하니, 하루하루가 설렌다. 졸업할 때에는 그동안 발표했던 수필을 번역하리라 계획도 해 본다. 예순여섯, 이제 대부분의 짐을 벗어 버렸으니, 십대의 열정으로 즐거운 학습을 시작해도 될듯하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 하지 않는가.
출처 : 충청일보(
http://www.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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