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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광장]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손 사랑 성형외과에서 손등을 수술했다. 몇 년 전부터 손등에 메주콩만 한 혹이 만져졌다. 스칠 때마다 찌릿찌릿 아프기도 했지만, 피가 나는 것도 아니고, 손을 못 쓰는 것도 아니어서 혹과 함께 몇 년을 보냈다. 젊은 시절 농사일로 거칠어진 손에 힘줄까지 불거져서 별로 표시가 나는 것도 아니어서 숙제처럼 안고 살았다.
지인을 태우고 이동하는데 그분이 필자의 오른쪽 손등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관심을 보였다. 아는 분과 증상이 비슷한데 그분도 오랫동안 방치했다가 암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화들짝 정신이 들었다. 이사 날짜를 잡아 놓고 있던 터라, 사는 집과 이사 갈 집을 청소하는 일로 손을 혹사해서 더 불거진 듯싶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무심결에 손등에 무엇이 스칠 때마다 깜짝 놀랍도록 아팠던 기억이 났다.
서둘러 가족들과 상의를 하고 내원하여 수술 날짜를 잡았다. 의사 선생님은 단순 양성 신생물일 거라고 안심시켜주시고 수술 후 3주 정도만 부목을 하면 될 것이라 하셨다. 가볍게 생각하고 이사 후 이틀 만에 수술을 감행했다. 팔뚝의 피를 제거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수술대 밑에 놓인 양동이를 보는 순간, 공포가 밀려왔다. 부분 마취로 팔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곤두섰다. 생각보다 혹이 깊어서 신경을 잘라내고 다시 이었다는 얘기를 들으며 수술대 위에서 견뎠다.
병원에 입원한 날 병원 복도에서 울음소리와 함께 웅성거리는 근로자들을 보았다. 누군가 산재로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한 모양이었다. 뻔한 일로 수술을 하고 두려움과 공포에 엄살을 부렸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업무차 병원을 자주 드나드는 큰아들이 며칠 전 손가락 세 개가 절단된 환자가 긴급 수술로 다행히 신경을 살릴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원장님이 손가락 부문에서는 탁월한 전문가이시니 안심하라는 투였다. 치료를 받으러 갈 때마다 손에 붕대를 감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아예 손가락이 절단된 것이 보였다. 잠시 불편함을 견디면 예전처럼 풀도 뽑고, 뽀득뽀득 청소도 하고, 젓가락으로 국수도 먹을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애써 태연하려고 했다. 와중에 손톱은 무심하게 자라서 눈에 거슬렸다.
머리 감는 것이며, 식사를 도와주던 남편에게 부탁했다가 손톱 밑살이 물려 하마터면 피가 날 뻔했다. 손톱을 깎는 것도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것인가? 생애 최초로 네일샵에 가보리라 생각하고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나갔다. 휴일이지만 다행히 문을 연 곳이 있어 들어가 보니 예약이 꽉 차 있어서 몇 시간 후에나 가능하단다. 몇 군데를 돌아다니다가 모두 예약제로 한다는 얘기에, 손톱만 깎아달라고 했더니 고객이 기다려서 안 된다는 것이다. 정말 바빠 보였다. 코로나 때문에 불경기라더니 코로나 덕분에 잘되는 곳도 있는 듯싶어서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기로 했다. 결국, 남편에게 맡겼다가 서툰 솜씨로 너무 바짝 깎는 바람에 손톱 밑살을 물렸다. 상처가 곪아서 왼손가락마저 못 쓸까 봐 지레 걱정이 되었다.
네일샵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는 얘기에 누가 한마디 더 거들었다. 요즘은 홈 인테리어 업체 매출이 정점을 찍었다고 한다. 밖에 나가지 못하는 여성들이 집을 가꾸며 집에서 즐기기 위해 커튼을 바꾸거나, 작은 소품 가구를 들여놓거나, 관상용 화분을 사 간다고 한다. 자기 위로를 위해 네일샵에 가서 손톱·발톱을 꾸미는 여성들의 정서와 같은 맥락인 듯싶었다. 잘되는 곳이 있다니 참 다행이다. 어릴 적 봉숭아 꽃물들이고 나서 한 번도 다듬어 본 적 없는 내 손톱에 한 번쯤 예쁜 색칠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른손이 손이 쉬고 있으니 그동안 오른손이 한 일을 너무 무심하게 여긴 것 같아 부목 안에서 퉁퉁 부어오른 오른손을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