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KCJ NEWS > 칼럼
‘낫소카운티 고교생, 유관순 배운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뉴욕 한국일보에 지난 10월 18일 게재 되었다. 이어 한국의 연합일보에서도 같은 내용을 10월 23일에 ‘美 뉴욕 낫소카운티 고교생 영문판 유관순 전기 읽는다’라는 제목으로 실었다. 필자는 김민선 나소카운티 인권국장으로부터 관심사에 대한 이런 소식을 전해 들으며 2020년 3월 1일 시상하는 첫 번째 뉴욕 유관순상 수상식에 참여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 징검다리는 어디서부터 놓였고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생각해 보았다.
김민선 인권국장은 뉴욕 한인회 회장으로 활동할 때, 2018년 3월 뉴욕타임즈가 기획 연재한 ‘간과된 여성들’ 시리즈에서 고국의 유관순 열사에 대한 장문의 ‘부고 기사’를 읽고 난 후 유관순 열사를 미국에 알릴 기회를 얻고자 고민하였다고 했다. 한국의 잔 다르크가 아니라 세계의 유관순을 조명하고자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여 3월1일을 뉴욕주 기념일로 제정하는 것을 추진하였고 유관순 서훈 등급 상향을 위해 노력했다. 일본정부의 방해가 심했지만 친분 있는 뉴욕주 상·하원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했고 만장일치로 2019년 3월 1을 뉴욕주 기념일로 지정 하게 되었다.
그 무렵 필자도 뉴욕타임즈의 번역판 부고 기사를 읽었고, 그때부터 시작된 작은 관심은 ‘독립기념관로가 없어요’ ‘국민청원’ 등의 칼럼을 써가면서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결국은 ‘백 년의 함성’에 언급된 바와 같이 뉴욕 다그함마르광장에 서서 뉴욕시민들과 함께 3.1운동 100주면 기념식 및 최초의 3.1운동 기념의 날 행사에 섰다. 그리고 며느리 셋과 중학생인 손녀딸과 함께 ‘2020년 3월 유관순 에세이 상’ 수상식도 참관할 겸 다시 뉴욕행을 계획했다.
사람과 사람은 보이지 않는 어떤 끈으로 서로 묶인다는 생각을 한다. 유관순은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샤프 선교사의 추천을 받아 교비 유학생으로 이화학당에 편입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2차 대전 후 미국의 윌슨 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 원칙을 천명했을 때 피압박민족들이 자발적인 노력으로 독립을 쟁취해야 한다는 뜻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관순이 독립운동을 하다가 잡혀서 서대문 형무소에서 모진 고문으로 사망했을 때, 시신조차 내어주지 않는 일제에 유관순의 억울한 죽음을 세계만방에 알리겠다고 항의하여 시신을 인도 받았던 이화학당의 월터교장도 그 끈이었던 것이다.당시 서울에서 3.1운동을 목도한 영국 기자 프레더릭 맥켄지는 ‘자유를 위한 한국인의 투쟁’에서 만세운동의 시작과 탄압, 평양에서 목격한 만세운동, 여학생들의 순국, 세계의 분노 등을 자세히 묘사하면서 한국인들의 비폭력적인 항쟁이야말로 고도의 영웅적인 모습이라고 찬탄했다. 유관순 열사가 세상에 크게 알려지게 된 것은 1947년 이화여고 교장 신봉조와 이화학당 출신의 박인덕이 유관순기념사업회를 설립하면서부터였고, 늘봄 전영택 작가가 쓴 ‘유관순 전기’가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나소카운티에서 2020년 3월 1일 유관순 장학금을 받은 여학생은 천안시의 후원으로 일주일 동안 한국을 방문해 유관순 생가와 독립기념관 방문 등 역사 문화 체험을 하게 된다. 이에 맞춰서 천안의 여고생들에게도 유관순 전기 읽기를 통해 영문 에세이를 쓰게 하고 뉴욕의 여학생들과 만날 기회를 주면 어떨까 싶다. 그들은 유관순을 잇는 또 하나의 징검다리라 되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폭력저항 인권 주의자 유관순 열사가 가신 지 100년이 되는 2020년에 또래의 여고생들이 올리는 추모 에세이를 통해 천안과 뉴욕을 잇는 또 하나의 징검다리가 놓일 것을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