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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요즘 주말마다 KBS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 폭 빠져있다. 무엇보다 배우 신혜선의 연기가 명품이다. 그녀의 입매는 말하지 않고도 감정을 표현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배우의 표정을 보고 감정이입을 하며 또 다른 세상에 빠진다.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하고, 시장도 다녀오고, 주중에 미처 하지 못한 역할로 다름없이 바쁜 주말, 연속극을 하는 시간에는 TV 화면 앞에서 나른하게 쉰다. 관광하듯이. 평범하지 않은 삶을 표현하기에 호기심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나 극 중 서태수의 큰아들 내외의 자녀출산에 관한 설정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하는 젊은 부부들도 있기는 하겠지만, 아이를 잉태했다는 이유로 이혼이라는 극단의 선택도 마다치 않는 갈등구조를 보여주는 것은 부담스러운 설정이다. 너무 앞서가는 것은 아닐지.
우리가 태어날 무렵 대한민국의 국민소득은 65불이었다. 아버지들은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거나 짐꾼 노릇을 해가며 근근이 먹고 살았다. 대부분 어머니들은 직장이 없었다. 홑벌이 부모가 아이들을 양육해야 했다. 그런데 동네에는 아이들이 넘쳐났다. 자신의 인생이 망가질까봐 더는 애를 낳지 않겠다는 부모는 없었다. 국가가 "무턱대고 낳다가는 거지꼴을 못 면한다"라는 포스터로 위협해도 집집마다 여전히 빨랫줄에 기저귀 천이 널려 있었다. 예방주사도 지원해주지 않았고, 아동수당 같은 건 당연히 없었다, 무상교육 혜택도 없었다. 육 남매, 칠남매, 때로는 십 남매가 북적거리며 자라다 보니 제대로 먹이지도 가르치지도 못했다. 그래도 우리는 부모의 미래였고 희망이었다. 그렇게 우리를 소중하게 여겨준 부모 마음 덕분에 찢어진 고무신 신고 언 발을 녹여가며 겨울을 났어도 우리는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국가로 키워내는 데 일조를 할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었다.
자식을 돈으로만 키운다고 생각하는가. 자녀를 성공적으로 양육하려면 경제적인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가족 중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사랑을 듬뿍 준 아이는 올바르게 성장한다고 한다. 드라마에서는 부부가 직장에 다니고 있다. 그런데도 돈이 없어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한다면 엄살도 수준급 아닌가. 아이는 돈으로 양육되는 게 아니고 부모의 마음속에 이미 가진 사랑과 정성, 그리고 기대로 성장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금빛 내 인생'은 여전히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다. 아마 그 부부는 아기를 낳을 것이고 누구보다 잘 키울 것이라 믿는다. 돈이 없고, 시간이 없어서 아이를 양육하지 못할 거라는 젊은 부부들의 불안을 잠깐 엿보는 것 정도로 흘러가길 바란다.
황금빛 인생은 금수저 부모의 재력이 아니라 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가치 있게 헤쳐 나가야 할 인생 여정이다. 그러니 가난한 부모라고 지레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 63년 전 밥 먹기도 힘들 때에 필자를 낳고 키워주신 부모님 덕분에 이렇듯 황금빛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