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KCJ NEWS > 칼럼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아리따운 스튜어디스가 음료를 권한다. 미소를 보니 마음이 평화롭다. 청주에서 제주를 오가는 출장길이 짧기도 하지만 언제나 안전하게, 그리고 즐겁게 출장을 다닐 수 있어서 고마운 마음이다. 지난주 제주에서 2017년도 사업 제안서도 제출하고, 사업제안 PT도 직접 했다. 며칠 동안 숙소에 머물면서 일 년 농사를 위해 나름대로 고군분투했다. 하루 벌어 열흘 먹는다는 말이 있다. 농사를 지을 때, 유독 바쁜 절기에는 하루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 기간처럼 위탁 사업을 하는 필자의 회사도 연초면 기관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사업을 수주 받아야 일 년 동안 직원들과 함께 먹고살 수가 있다. 수주 받은 사업 또한 상위 평가를 받아야만 다음해 사업 재계약을 보장받을 수 있기에 직원들도 평가 기간이 다가오면 하루 벌어 열흘 먹는다는 심정으로 취업이나 각종 지표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평화로운 미소만이 일상의 모습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전쟁 같은 기업의 경쟁이 떠올랐다.
스튜어디스들이 키도 크고, 예쁘다 보니 외모만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KBS에서 '꿈의 피라미드 대한항공 여승무원 채용' 과정을 시청하면서 승무원의 직무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 강도 높은 재난 훈련을 하고, 체력에 대한 평가수준도 높고, 서비스인식에 대한 가치 기준도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게 역량을 갖춘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각종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단 한 번의 치명적인 사고에 대비해서 최상의 직무 강도를 요구하는 것이리라.
영화 '판도라'가 떠올랐다. 요즘 재난 영화가 뜨는 건 현실에서 영화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 영화는 현실을 투영하고 관객은 영화에서 현실을 느낀다. 원자력 사고가 났을 때,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판도는 달라진다. 매뉴얼이 있는지, 부속은 모두 정품을 사용했는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는지, 자신의 직무에 대해 얼마나 확실한 지식을 가졌는지, 이런 것들이 문제 해결에 극과 극으로 작용한다. 불행하게도 영화에서는 지위와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도망치고, 그곳에서 근무하던 한 '이름 없는 개인'의 자폭으로 방사능 누출의 대사고를 막는다. 영화인데도 도무지 영화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직무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는 것, 마치 푸른 신호등을 믿고 출발하는 자동차처럼 당연한 약속이기를 바란다. 우리 회사에 취업 서비스를 위탁하는 기관이나, 취업서비스를 의뢰하는 개인을 위해, 우리가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일, 그것이 승무원의 직무나, 영화 판도라의 원전 직원이 목숨을 거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 있어 하늘을 나는 일도, 전기를 쓰는 일도, 그리고 밥숟가락 뜨는 일도 가능하다는 걸 안다. 각자의 자리에서 내 몫만 다해도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 그것이 아름다운 미소다. 푸른 신호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