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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태백으로 문학기행을 가는 승합차 안이 떠들썩했다. 옆 사람과의 얘기에 조금 틈이 나면 승합차 안의 다른 좌석 얘기에 휩쓸리고 그러다가 또 다른 주제로 넘어가고 창밖은 절정에 이른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누군가가 단풍을 가리키면 눈이 쏠렸다가 다시 옆 사람에게, 뒷사람에게 시선과 마음이 즐거이 움직였다. 나도 거리낌 없이 그러했다. 수필문학회장님이 필자를 보며 '이제 처음 만났을 때의 유인순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나는 안다.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세월 덕분이라고 해 둘까? 문학 모임에서 마냥 즐거웠던 게 몇 해만인가.
여행은 마음의 여유를 찾아 떠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사람들과의 동행이어야 여행의 맛이 난다. 몇 해 전 자별했던 문우와의 오해로 문학모임에 가는 것이 재미없을 때가 있었다. 모임 안내 문자를 받으면 그때부터 불참할 핑계를 찾게 되고, 억지로 가더라도 별말 없이 뒷전에 서성이고 있다가 돌아왔다. 그럴수록 나답지 않은 행동에 마음이 더 무거워서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늘 고역이었다. 그런데도 전임 임원이었다는 멍에로 몇 년을 고역을 치르며 문학행사에 참여하고는 했다. 잠깐의 월례회의야 뒷전에 그림자처럼 있다가 와도 되었지만 종일 함께 차를 타고 다니는 문학 기행은 표정관리가 어려웠다. 밴댕이소갈딱지를 표내는 것 같아 숨기고 싶었지만 '사랑과 재채기를 못 속이는 것'처럼 마음대로 안 되는 속 좁은 자신을 탓하면서 몇 년이 지났다. 올해도 여전 하리라 생각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그 앙금이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달 만에 다시 태백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번에는 친정엄마와 동생들과 함께 길을 떠났다. 목적지도 한 달 전과 똑같은 곳을 선택했다. 정선 오일장, 구문소, 황지천, 추전역, 승부역 등을 되짚어 다니며 행복에 겨웠다. 승용차에 다섯 명이 타고 장거리를 움직이기에 불편할터인데 살가운 동기간끼리 몸을 부딪는 게 좋은가보다. 차 안에서 연신 군 입맛을 다시며 아무 곳에서나 서고 아무 때나 출발하는 자유 여행으로 온종일 웃어댔다. 뜨끈한 온돌방에서 이틀을 쉬고도 시간이 아쉬웠다. 여행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여행지를 의논했다. 점점 허리가 굽어가는 어머니가 다음 여행에도 참석하시려면 건강해야 한다는 말로 다짐을 받아두었다. 어딜 가든, 누가 묻지 않아도 '내 딸들'이라는 자랑을 일삼는 어머니는 분명히 다음 여행을 위해 건강한 채로 우리 곁에 계실 거라는 소망을 굳힌다.
태백이 다시 선택된 것은 즐거운 여운이 남아서이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여행을 경험했지만 동행하는 사람이 마음에 들어와야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저 만나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살뜰한 사람들과의 여행으로 추억이 풍성해지는 것이다. 전 직원 제주 워크샵을 계획하면서 들어가는 비용만 생각할 게 아니라 상처로 마음 닫힌 직원이 있는지도 살펴보아야겠다. 풍경은 그대로인데 풍경을 만나는 사람들의 관계가 그것을 다르게 기억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게 또 다른 의무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