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KCJ NEWS > 칼럼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이나 소식은 하루의 기분을 밝게 해주기도 하고, 할 일을 계획하게 하기도 한다. 어떤 날은 출근길에 들었던 음악을 종일 흥얼거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짧은 해설을 되뇌며 자신의 삶은 반추하기도 한다. KBS FM98.5 라디오를 듣다가 '누군가의 고통으로 얻은 쾌락'이라는 아나운서의 말이 며칠 동안 생각났다. 그러다가 나의 고통으로 누군가가 즐거울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이 되고 싶겠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오징어를 주식으로 하는 수컷 향유고래의 내장에 생긴 병적인 생성물, 소화되지 않은 먹이를 게워낸 부유물이 최고의 향수를 만들어내는 재료라는 말에 바짝 귀를 기울였다. 그 재료가 얼마나 비싼지 바다의 로또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우황 또한 소의 쓸개에 염증으로 생긴 결석을 건조해 만든 약재로서 진정작용에 효험 있는 최고의 약재로 쓰인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진주도 상처를 감싸기 위한 부유물이 응고되어 아름다운 자태를 만들어 내지 않는가.
향수를 바르고, 진주목걸이를 하고, 아름답게 치장하는 즐거움의 이면에는 누군가의 고통이 있었다는 아나운서의 말에 동의하면서 필자는 진주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러다가 굳이 쓰임에 대해 생각을 할 게 무언가 싶었다. 향수를 바르고 우황을 먹고 진주 목걸이를 하는 사람이 되면 될 터인데 무의식적으로 그것들을 내어주는 역할을 선택한 자신에게 슬그머니 미소를 보낸다. 나이 탓 일 게다. 나쁘지 않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의 업무 이외의 것을 맡아 하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부서 이기주의라는 말이 나오는 것처럼 그 일을 타 부서로 떠넘기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옛 직장의 젊은 과장에게 아직도 좋은 이미지가 있는 것은 그가 회사의 새로운 일을 자주 떠맡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팀원들에게 존경받는 그를 보며 향기 나는 젊은이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 안에 고통이 있었으리라.
우리 사무실에도 향기 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눈에 띄는 대로 치우고 정리하는 직원들 덕분에 청결한 사무실을 유지할 수 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아니어도 구석구석 격조 있게 빛이 난다. 문 여는 기척에 모두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라는 밝은 목소리로 합창하니 상담하러 오신 분들이 용기가 생긴다고 한다. 청소하는 일이라든지, 인사하는 일, 동료의 수고를 덜어주는 일 등은 본연의 업무가 아니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넘어 수고를 아끼지 않는 희생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상처에서 향기를 만들고, 병변에서 약재를 만들 듯 각자의 수고에서 다른 이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만들 수 있다는 뻔한 진리를 향유고래의 상처에서 다시 읽는다. 이쯤에서 필자는 진주가 되기 위해 외부로부터 오는 불확실한 사업 환경을 어떻게 감싸 안아야 할지 긴장한다. 수없이 닥치는 위기의 상처를 통해 고민하고, 수고하며 딛고 일어서 보석 같은 기업의 초석을 다져보리라 다짐해본다. 타인의 고통의 통해 얻은 쾌락보다는 자신의 고통을 통해 타인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