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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며칠 전만 해도 아수라장 같았던 사무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었다. 인테리어 공사하시는 분 뒤를 따라다니며 닦고 또 닦았다. 공사를 마칠 때까지 그냥 두라는 핀잔에도 좋아서 닦고 신기해서 닦았다. 사람도 이렇게 쉽게 환골탈태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이 빌딩에 입주해서 교육원을 시작한 게 십 년이 다 되어 간다. 한 개 층에 12개의 사무실이 있는 오피스 빌딩인데 필자가 입주할 당시만 해도 대부분이 비어있거나, 짐이 있는 채로 문 닫은 사무실이 절반이 넘었다. 이 지역이 개발되면서 우후죽순 격으로 건물을 지었지만, 분양도 되지 않은 채 건설회사가 부도가 나고 그나마 분양받은 상가도 임대가 여의치 않아 애물단지가 되었다. 분양가보다 턱 없이 떨어진 상가를 구입했다. 보증금과 월세를 낼 돈이면 은행 빚을 얻어서 매입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렵게 교육원을 시작한 터라 제대로 인테리어를 하지 못하고 도배, 장판으로 겨우 칸만 막았다. 그 대신 교육장과 사무실을 그 어떤 곳보다도 청결하게 만드는 것만이 가장 좋은 인테리어라고 믿고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쓸고 닦았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자 윤이 났고 철퍼덕 앉아도 될 만큼 정감 있는 사무실이 되었다.
겨우 교육원이 자리를 잡을 무렵, 전산 관련 사무실을 한다며 공사했던 곳에 어느 날 '키스방'이라는 낯선 입간판이 복도에 세워지던 날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야간학교도 있고, 교육원도 있고, 사회복지기관인 '돌봄' 사무실도 있어서 주로 여성들이 3층을 많이 이용하는데 그 가운데 키스방이라니. 복도에 서서 몇 날을 고민했지만 시시비비하다가 화를 입을까 봐 입도 뻥긋 못했다. 교육원을 세울 때는 주변 환경에 대해 실사도 나오고 까다롭더니 그 옆에 유흥업소가 들어서는 것에는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는 악법이 우리 마음을 내리쳤다. 그러고도 두 개의 유흥업소가 더 생긴 채로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었다.
한국커리어잡스가 성장하면서 사무실이 더 필요하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게 우리 사무실 옆에 찰싹 붙은 키스방 건물을 매입하는 것이었다. 매매 의사가 전혀 없는 주인을 부동산을 통해 수소문하고 2년을 기다렸다. 다행히 그동안 척척 월세를 잘 내던 곳에서 올 초부터 월세가 밀리자 건물 주인이 매매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흥정에 나섰다. 주변 가격보다 더 비싸게 불렀지만, 흔쾌히 매입했다. 5년 동안 세를 주던 곳이 키스방인지 몰랐다는 서툰 소리도 그냥 들어 주었다. 너무도 궁금했던 그 안을 들여다보던 날, 더 볼 것도 없이 다 부수어 버리겠다고 생각했다. 그 방을 상담실로 쓴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흔적도 없이 다 뜯어내고 교육장을 만들고 상담실을 만들면서 노래라도 부르고 싶었다. 걸레를 꼭꼭 짜서, 무릎 꿇고 여러 번 뽀득뽀득 닦아냈다. 샤워한 듯 온통 땀범벅이 되니 몸이 점점 더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가장 좋은 보상은 좋은 동료들로 곁을 채워주는 것이라 한다. 주변 환경을 좀 더 선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그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