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광장]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지난 2월, 미국의 대중 과학 잡지에 '마스크 착용이 언어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 결과들을 소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아이는 생후 8개월부터 '입술 읽기(lip-reading)'를 시작하는데 이 시기는 주로 옹알이를 시작하는 시점이며, 이때부터 언어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입술 읽기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입술 읽기를 통해 시각적 언어 신호에 접근하는데 특히, 이해가 어려울수록 입술 읽기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 논문은 '유아기에 발화자의 시선(gaze)과 입을 많이 볼수록 언어 능력이 좋아진다.'라는 연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지인들과 식사를 하다가 직업학교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마스크 때문에 유아들이 언어 습득이 늦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생각도 못하고 있던 일이었는데 듣고 보니 충분히 문제가 될 듯싶었다. 큰 손자가 어려서 말이 늦게 트여 걱정했던 일이 떠올랐다. 제 누나보다 수개월 언어 습득이 늦은 아이를 두고 언어 치료를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어린이집을 보내게 되었는데 얼마 후, 걱정을 무색하게 말이 많아져서 한걱정 덜었던 기억이 있었다.
갓난아이조차 마스크를 해야 하는 코로나 시기를 보내면서 간과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니 마음이 바빠졌다. 인간은 발달단계를 거친다. 늙을 때까지 말을 배우는 게 아니지 않은가? 100년을 살면서 쓸 말을, 태어나서 불과 4년 안에 거의 습득하는 데 그 중요한 시기에 마스크라니.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들조차 모두 마스크로 입술을 꽁꽁 가리고 온종일 지내다 보니 작년부터 언어장애를 겪는 아이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다.
주제를 던져 놓고 얘기를 시작하니 여기저기서 걱정을 털어놓는다. "아이들의 경우 또래 입 모양을 보며 시각·청각을 조화해 언어를 습득해야 하는데, 마스크로 인해 차단된 상태에서 말을 인지하다 보면 입 모양을 읽지 못하는 것은 물론, 상황에 맞는 표정 변화를 학습하지 못해 언어 습득과 사회성, 감정조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등등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었다. 그러나 유아나, 교사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의아해 여러 시간 '마스크와 언어발달'의 주제어로 검색을 해보니 방법이 없다는 내용만 올라와 있다, 교육청도 속수무책이고, 국회의원들이 발의했으나 아직 답답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럴 때는 유연한 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 명의 천안시 일사일그룹홈 대표님들과 상의 하니, 선뜻 투명 마스크를 소량이라도 지원하기로 했다. 역시 엄마들이 달랐다. 그 소식을 들은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의 대표님들도 기꺼이 손주 용돈 주듯 보탰다. 공론화 한 지 일주일 만에 투명 마스크 오천 장을 샀다. 주변에 사례가 공유되면서 너도나도 필요성을 인식했다. 필요한 것은 알지만, 법 때문에 주저하는 공기관을 대신하여 마중물을 부어야겠다는 생각이 모아진 것이다. 이것을 시작으로 각 기업인 모임에서 투명 마스크를 지원하기 시작한다면 오천만의 희망인 대한민국 아기들의 옹알이가 힘찬 노래가 될 것이라 믿는다. 이제 릴레이는 시작되었다. 아기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입술을 보고 싶어 한다.
출처 : 충청일보(https://www.ccdaily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