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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순 칼럼] 나도 백신 맞았슈

작성자 : 김민지 (IP: *.222.101.234)    작성일 : 2021-08-12 15:19   읽음 : 414

[충청광장]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백신 접종 일이 정해졌다. 접종 가능 한 날 중에 가장 빠른 날짜를 잡았다. 뜨거운 감자라고 해야 할까. 접종을 안 하자니, 코로나가 무섭고 접종을 하자니, 부작용이 무서웠다. 만에 하나 있는 일이라지만 인과 관계가 없다는 데도 불구하고 사망까지 이른 국내외 코로나 예방접종 후 사고 기사를 보자니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찜찜한 기분이다. 그러나 직원들을 대면하고 고객을 만나야 하는 상황에서 접종은 피할 수 없는 과제였다.

친정어머니가 접종하시자 칠 남매가 번갈아 당번을 서가며 어머니와 함께 밤을 지냈다. 평소 건강하셨지만, 혹시 혼자 계실 때 부작용이라도 나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가슴 졸이며 사나흘을 보냈다. 접종을 한번 미루었던 어머니 마음을 알기에 잘 이겨내 준 어머니께 감사했다.

남편이 접종하는 날, 함께 병원에 갔다. 괜찮다고 손사래 쳤지만 사람 마음은 비슷한 법, 어려울 때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는 것을 안다. 그이도 뉴스를 보고 불안했는지 간단한 문진표 작성도 틀리는 모습을 보며, 겁나는가 보다 하고 놀렸다.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문진표를 대신 작성 해 주었다. 출근하지 않고 곁에서 종일 상황을 지켜보며 잘 넘어가기를 바랐다. 남편도 아무런 증상 없이 잘 넘어갔다. 공연히 뉴스에서 호들갑을 떨어 사람 간 떨어지게 한다며, 애써 활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마도 며칠 후 접종할 아내를 배려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가족 단톡방에 응원과 감사의 인사가 가득했다. 가볍게 넘기기에는 무거운 주제가 요즘 백신 접종 인가보다.

주변 친인척과 지인들이 백신을 맞았다고 전했고, 괜찮다거나 미열이 있다거나, 고열로 두려웠다거나, 또는 남편에게 그동안 고마웠었다는 문자를 전송했다거나 각각 다양하게 그들의 접종 전과 후, 스토리를 전했다. 기저질환인 당뇨가 있고, 작년에 극심한 스트레스로 구안와사를 경험했었던 필자로서는 대 놓고 불안을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마음 한편 삐거덕 거리는 몸에 대한 불안이 없지 않았다.

사랑의 장기기증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2016년 사후 각막과 뇌사 시 모든 장기를 기증했다는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 한 달 전에 생균 백신주사를 맞으면 인체조직기증은 안 된다는 사항이 눈에 들어왔다. 2차 접종이 끝나면 해볼 일이다. 남편에게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현행법상 본인이 생전에 희망 등록을 했어도 법률에 따라 선 순위권 유가족 1인의 동의가 없으면 기증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너무 앞서간다고 버럭 화를 내는 남편에게 선하게 웃어주었다.

장기기증을 하면 하트모양의 스티커가 배달된다. 그것을 주민등록증에 부착하고 다녔는데, 늘 하트가 있는 신분증을 사용하다가 공항에서 분실하게 되었다. 신분증을 재발급받았으나 하트가 빠진 신분증이 가볍게 느껴졌다. 다시 하트를 주문하고 싶다. 지갑에 있는 사랑의 장기기증 등록증을 신분증과 함께 넣었다. 운전면허증을 재발급할 때 국립장기조직혈액원에 의사표시를 하면 면허증에도 ‘장기조직기증’이 인쇄되어 나온다는 것을 읽었다. 운전면허증 재발급도 시도해야겠다.

함께 백신을 맞으러 병원에 갔다. 불안이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무언가 준비를 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준비한 해열제도 먹지 않고 사흘간 신생아처럼 잠을 잤다. 별일 없다는 말에 아이들이 안도의 문자와 전화를 보내온다. 이런 것이 기적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이어지는 일상은 기적 같은 축복이다. 잘 견디어준 몸이 대견하다.

출처 : 충청일보(https://www.ccdail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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