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순 칼럼] 꽃놀이 작성자 : 김민지 (IP: *.222.101.234) 작성일 : 2021-08-12 15:16 읽음 : 4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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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광장]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배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했다. 요즈음 코로나로 외국인 근로자가 부쩍 줄어서 과수 농가가 화분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에 모른 체할 수 없었다. 오랫동안 농사를 지어본 사람이라 안다. 삼사월은 ‘굼벵이도 석자 씩 뛴다’는 말처럼, 오죽하면 부탁할까 싶어서, 다급하게 일정표를 살펴 오후로 밀어내고 새벽부터 서둘렀다. 특히 화분 수정은 시기가 정해져 있어서 그 시기를 놓치면 배 농사를 망친다는 말에, 급한 마음이 들어 일복을 입고 농장을 찾아갔다. 길가에는 배밭이 이어졌다. 꽃놀이 가는 기분이 되었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은 삼경인데, 일지 춘심을 자규야 너는 알랴마는, 다정도 병 인양 하여 잠 못 들어’ 설 배운 창으로 배꽃을 향해 차창 열고 한 곡조 뽑았다. 소풍이 따로 없다. 처음 하는 일이니, 작업지시를 꼼꼼하게 들었다. 화분이 들어있는 깡통을 목에 걸고 기다란 작대기 끝에 달린 솜방망이에 그것을 묻혀 꽃에 얹어주는 것이다. 가지가 휘도록 달린 배꽃 모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니, 실한 꽃송이를 건드려주는데,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한 두둑을 책임졌다. 처음 하는 일이라 어설프다고 반장 아주머니가 한 팀이 되어 주셨다. 긴 장대에 매달린 솜방망이가 거리 조준을 잘 못 해서 허공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설명을 들으면 아주 쉬운데, 그것이 몸에 배지 않아 일을 시작하자마자 울퉁불퉁한 비탈을 디디느라 발바닥에서 쥐가 났다. 수십 년 자란 배나무는 옆 나무까지 가지가 뻗어서 어느 것이 내 몫인지 헷갈려 다른 이와 마주치기도 했다. 작업반장 아주머니는 칠십이 넘으셨는데 수십 년을 배 농사짓는 일에만 따라다녀 베테랑이 되었다고 했다. 역시 성큼성큼 진도를 나가서 다시 내 몫까지 돌아오셨다. 그래도 돕겠다고 나서준 것이 고맙다며 구성지게 얘기꽃을 피우셨다. 동네에 작은 땅이 있어 농사도 짓고 읍내에 건물 하나 있어서 세도 받으며 넉넉하게 사신다고 했다. 그게 다 배나무 덕분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내가 이 나이에도 일 년에 이천만원은 족히 벌어요. 회사 다니는 것보다 나아요. 내 농사도 짓고, 겨울 한 철 해외여행 다니며 놀기도 하고, 늘 햇볕 쏘이고 다리에 힘주며 서서 일하니 몸도 튼튼해요. 그런데도 농촌에서는 일자리가 없어서 이런 노인네도 금싸라기야.” 일 년에 반만 일하고 연봉 이천만 원이라. 바짝 귀를 기울였다. 배 과수원에는 여러 차례 일거리가 있다고 한다. 꽃이 한꺼번에 피는 통에, 화분 수정하는 일은 시간이 짧다고 했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님 오신날 밤이어 든 굽이굽이 펴리라’ 과수원 주인이 부르고픈 노랫가락일 것이다. 그다음 열매를 솎고, 봉지를 싸고, 수확하는 일은, 짜 놓은 일꾼만으로도 일을 추스를 수가 있다고 했다. 배 봉지를 싸는 일은 숙련도에 따라 하루 40만 원을 벌어가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농사일이 고되기는 하지만 짬짬이 쉬는 철이 있어서, 그런 날 몸을 돌보고, 일할 때는 내일처럼 달라붙어 하니까, 서로 손발이 맞아 같은 팀으로 오래 작업 할 수가 있다고 했다. 배 한 덩이 먹는데 그렇게 많은 손이 가니 비싸다는 말도 못 하겠다 싶었다. 며칠 후 지인을 통해 반나절 일당이 입금 되었다. 그냥 봉사하러 갔다고 거절해도 막무가내다. 배 한 상자를 샀다. 출처 : 충청일보(https://www.ccdaily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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