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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순 대표 칼럼] 사회가 바로 학교입니다

작성자 : 김보람 (IP: *.222.101.234)    작성일 : 2020-07-21 14:16   읽음 : 528

학생들을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하고 기어이 1학기 수업이 끝났다. 온라인 수업영상을 준비하면서 몇 주 후면 함께 할 수 있을 거라고 곧, 만나자고 했는데 아무도 만나지 못 한 채 15주 수업을 끝내게 되자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필자를 괴롭혔다. 영상강의를 찍어 올린 것만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하기가 어려웠다. 6개 클래스 295명에게 이 메일로 답장을 쓰기로 했다. 그러자니 그 어느 때보다 과제물 형식보다는 내용을 더 꼼꼼하게, 단어 하나하나 읽어 보아야 했다.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사이버 진로상담이라 생각하고 2주 동안 매일 레포트를 체크하고, 성적을 입력하고, 그 학생에게 적절한 조언과 도움이 되는 말을 생각하며 콧잔등으로 흘러내리는 돋보기를 쓸어 올렸다.

‘나에 대한 메타인지 보고서와 커리어 로드맵 그리기’ 두 가지 과제를 내면서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걱정이 되었다. 교실에서야 그때그때 모르는 부분을 질문을 통해 해결 할 수도 있고, 교재가 있어서 여러 가지 활동을 직접 해 보는 걸로 이해를 도울 수가 있지만, 대부분 학교에 나오지 않아 실습교재를 미처 준비하지 못한 학생들이 다수인 듯했다. 노트북으로 이메일 문서를 읽어가면서 스마트폰으로 답장을 썼다. 시험 기한에 한꺼번에 배달되는 메일을 다른 것과 분류해서 순서대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6개 반 출석부를 출력하여 성적을 입력하는데, 이름과 학번만 기재해서 도무지 소속이 불분명한 레포트를 만나면 난감하다. 그런데도 자신의 장점이 배려심이라고 쓰여 있는걸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의 한 방편으로 ‘타인이 보는 나’를 알아보도록 했다. 질문을 잘 정리해서 보낸 학생들은 금과옥조 같은 조언을 챙길 수 있었다. 부모님이나 오래된 친구, 학교, 학원 선생님 등 다양한 주변인들에게 그들이 느낀 성격과, 잘 어울리는 진로에 대한 답변을 들으면서 평소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 비슷한 진로의 방향으로 조언을 해주니 확신이 서기도 하고, 또는 자신도 모르던 부분을 알게 되어서 참 좋은 경험 이었다고 했다. 여름 방학 때 좀 더 구체적으로 지인들에게 질문을 하여서 제대로 다시 해보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때로는 자신에 대해 아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스토리텔링을 해주어서 나중에 자기소개서에 그 내용을 옮겨 적어도 되도록 좋은 글을 보내준 친구가 고맙다고 했다. 대부분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 힘이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타인이 보는 나’를 읽으면서 필자도 그 학생을 마주 보고 있는 듯 한 느낌이었다. 이제 막 대학 생활을 시작하는 학생들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대학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지 목표를 정하고, 목표에 따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 할 것인지 생각해보고, 고민해 보도록 하고 싶었다. 몇몇 의젓한 학생들의 레포트를 보면서 그들의 대학 생활이 뜻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한줄 더 넣었다. ‘코로나 끝나고 학교에 오면 문자 주세요. 숙제를 너무 잘해서 밥 사주고 싶어요’.

작년에 비해 현저히 달라진 직업군이 생겼다. 의료사회복지부문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학생들에게 크게 감동을 준 직업군이 의료인들이라는 것을 직감 할 수 있었다. 일반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나 간호학과 학생들뿐만 아니라 타 학과 학생들조차도 상당수가 의료사회복지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저학년 때부터 학업 계획을 세우고, 가치 있는 일에 도전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꿈을 응원하던 몇 주간은 또 다른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