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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순 대표 칼럼] 삼 년 묵은 약쑥

작성자 : 김보람 (IP: *.222.101.234)    작성일 : 2020-07-21 14:13   읽음 : 543

사회적 거리 두기로 사람을 만나는 일이 뜸 해졌다. 회사 사무실 책상에서 보던 업무가 인터넷과 핸드폰으로 거의 처리가 되고, 직원들과의 대면이 제한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혼자서 하는 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부모님 산소에 자주 가서 풀을 뽑고, 지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너른 잔디밭도 골랐다. 미나리도 캐고 달래도 캐러 나갔다. 봄내 야생에서 자란 나물을 먹으며 몸을 돌보았다. 그러는 동안 쑥도 움쑥 올랐다. 쑥을 한 소쿠리 가득 뜯어 데쳤다. 한 번 먹을 만큼씩 비닐봉지에 넣어 냉장고에 넣었다. 아마도 일 년은 먹을 듯싶다. 

맹자에 '유칠년지병(猶七年之病) 구삼년지애(求三年之艾)'라는 말이 있다. '칠 년 동안 앓았는데 앞으로 삼 년을 말려야 할 약쑥을 구하는 것과 같다.'라는 뜻이다. 미리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구하려면 이미 때가 늦음을 비유한 말이다.

디스플레이 관련 경력자를 구해 달라는 지인의 간곡한 연락을 받았다. 소기업이 얼마나 극심한 구인난에 시달리는지 잘 알고 있어서 여기저기 알아보았지만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취업을 하려는 사람 중에는 디스플레이 경력자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학원 수강을 하고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은 더러 있지만, 기업에서는 바로 현장에서 성과를 낼 사람을 원하고 있어서 매칭이 어려웠다. 답답했다. 

친정어머니는 팔십 중반의 고령임에도 노인 일자리에 나가고 계신다. 자식으로서 어머니가 건강하시고 용돈이라도 벌어 쓰실 수 있는 정부 정책이 고마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수많은 허드레 노인 일자리보다, 미래에 더 시급한 일자리는 주력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여 그들에게 안전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청년 내일채움공제나 재직자 내일채움공제로 청년 일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산업의 급격한 변화로 전직을 해야 하는 중장년들도 딱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고, 수료 후 정부지원으로 선발하여 기업에 여유 인력으로 2년 정도 배치 할 수 있다면 기업에게나 구직자에게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언 발에 오줌 놓기'식의 단기적 일자리가 아니라 배우고 익혀서 20여 년 더 일 할 수 있는 경력자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기업의 상당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앓고 있다. 그런 기업에 정부가 인력투자를 해 준다면 3년 묵은 약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력자를 만드는 시간을 정부가 지원해 준다면 많은 중소기업이 사람으로 인해 다시 살아날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