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순 대표 칼럼] 비말은 핸드폰이 삼켰다 작성자 : 김보람 (IP: *.222.101.234) 작성일 : 2020-07-21 14:11 읽음 : 5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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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바뀐 일상을 살고 있다. 이제 자가 격리를 해제해도 될 만큼 시간이 지났지만 여러 이유로 자진격리를 하고 있다. 6개월을 기획해서 며느리 셋과 중학생 손녀딸을 데리고 뉴욕에 다녀왔다. 며느리들이 검색해서 싼값으로 비행기 표를 사고, 맨해튼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근처, 31번가에 있는 아파트형 숙소도 예약했다. 다섯 명이 2주간의 여행을 하고 돌아와 비용을 계산해 보니 놀라웠다. 알뜰한 며느리들에게 고마울 뿐이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계획한 것을 놓친 것은 거의 없었다. 뮤지컬도 보았고, 맨해튼에서 볼만한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성당 등을 거의 다 관람했다. 검색해간 맛집도 찾아다니고, 기차 타고, 전철 타고, 걷고 또 걷고, 하루 2만보를 상회하는 강행군에도 우리는 숙소에 돌아오면 그날의 감동에 잠들지 못하고 얘기꽃을 피웠다. 작년에 이어 다시 뉴욕 행을 결정한 이유가 ‘유관순열사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었기에 2월29일 부터는 3.1독립운동 관련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었다. 2월 20일 맨해튼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딴 세상인 듯 한국과는 달리 코로나에 대한 어떤 위협도 못 느꼈었다. 마스크도 하지 않았고, 지역 감염자도 발표되지 않아 어디든 자유롭게 관광을 했다. 그러나 2월 말이 되자 맨해튼 타임스퀘어에서 대대적으로 기획했던 ‘3.1만세운동 101주년기념 행사’가 취소되었다. 뉴욕에서도 코로나 위협이 다가오고 있었다. 크고 작은 행사가 갑작스럽게 줄 취소되었다. 지인을 통해 소규모 행사에 초대되었다. ‘대뉴욕지구 한인원로성직자회’가 주최하는 3.1운동 101주년 기념행사에서 유관순 열사의 조카손녀와 함께 독립선언서를 낭독하였다. 벅찬 감격으로 하마터면 울음이 터질 뻔했다. 3월 2일, 뉴욕 미주기독교방송에 가서 ‘유관순정신계승사업회’의 개요에 대해 ‘여성목회현장’ 프로그램에서 방송 녹음을 하고, 나소카운티 유관순 장학금 수여식에 참석했다. 삼일절 노래를 부르고, 만세 삼창을 했다. 유관순 전기를 읽고 에세이를 쓴 두 소녀가 ‘여성경제인협회 세종충남지회’가 주는 장학금을 받았다. 환호와 박수, 그리고 결의가 작은 행사장 가득 울려 퍼졌다. 유관순 열사의 정신을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리듯 힘찬 함성으로 고무되었다. 3월 3일, 2주간의 뉴욕 여행을 끝내고 케네디 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다. 갑자기 모든 사람이 일제히 마스크를 썼다. 반도 채워지지 않은 비행기 좌석을 보며 다가온 코로나의 공포를 실감했다. 천안으로 오는 리무진은 우리 일행 외에 두세 명만 더 탔을 뿐이었다. 작은 방에서 다닥다닥 붙어 생활했던 우리도 서로 거리를 두고 버스 여기저기에 흩어져 앉았다. 오랜만에 집에 돌아왔지만 적막 같은 격리가 시작 되었다. 남편과 식사도 따로 하고, 화장실도 따로 쓰고 가능하면 집안에서 마주치지도 않았다. 내 안에 웅성거리던 그 많은 소란은 다 어디로 묻혔을까. TV화면에는 봉쇄된 도시의 빈 거리가 비춰졌다. 적막강산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날이 길어지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백이 생긴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또 한 지나가리라. 비말이 문제라 하니 안방에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말이 날아 흩어지거나 튀어 오르는 물방울, 침방울 이라고도 하지만 복잡하게 끓어 번지는 감정의 갈피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도 한다. 비말은 핸드폰이 삼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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