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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순 대표 칼럼] 별이 빛나는 밤에, 브라보 빈센트

작성자 : 김보람 (IP: *.222.101.234)    작성일 : 2020-07-21 14:04   읽음 : 566

천안 예술의 전당 개관 7주년 기념공연으로 ‘별이 빛나는 밤에, 브라보 빈센트’를 관람했다. ‘음악으로 그리는 일곱 가지 반고흐’라는 주제로 작품 7개를 집중 조명했다. 뮤지컬 가수들의 빛나는 목소리로 듣는 서간문은 노래만큼 뭉클했다. 참 아름다운 목소리다. 고흐의 작품이 공연장 3면을 채우는 배경 또한 몽환적이었다. 눈을 뗄 수 없었다. 음악과 미술과 문학이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를 처음 경험하면서, 이렇게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는 이의 창의성에 감탄하였다. 연신 탄성을 지르며 ‘브라보’를 외쳤다. 고흐를 다시 이해하는 가슴 뭉클한 시간이었다.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와 늦은 시간에 영화 ‘러빙 빈센트’를 시청했다. 그대로 잠을 청하면 공연의 감동이 사그라질 것 같아, 그 좋은 기분을 내 안에 오래 가두고 싶어서다. 화면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고흐의 작품들, 미술관 액자 속의 그림들이 실제 걸어 나오듯 생생한 표현, 다시 보니 더 사랑스러웠다. 107명의 화가가 10여 년을 공들여서 만든 62,450점의 유화 프레임으로 되살아난 영화 러빙 빈센트를 보면서 맨해튼의 모마 미술관에서 보냈던 하루가 떠올랐다.

뉴욕에 갔을 때,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보려는 욕심으로 하루에 세 개의 미술관과 주변 관광을 계획했었다. 혼자서 낯선 도시를 돌아다니는 스트레스까지 겹쳐서 마지막 코스인 모마 미술관에 갔을 때는 에너지가 거의 소진 되었다. 운동화를 신었음에도 발바닥이 후끈거리고 발톱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엔디 워홀이나 잭슨 폴락의 그림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고흐, 고갱, 세잔, 마네, 모네, 샤갈, 마티스, 피카소 등의 그림을 보니, 마치 현재 활동하는 대 스타를 마주하는 것처럼 다시 충전 되었다.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었고 기왕에 입장했으니 하나라도 더 보겠다는 심정으로 아픈 다리를 끌고 전시관을 돌던 중 ‘별이 빛나는 밤’을 만났다. 항상 가장 많은 사람이 머문다는 그 그림, 앉거나 서서 그윽하게 그림을 응시하는 사람들 틈에서 손수건 한 장 깔고 자리를 잡았다. 다리가 아파서였지만, 그들 틈에 앉고 나니 나태주 시인의 ‘오래 보아야 이쁘다’가 머릿속에 가득했다. 무슨 일인지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사람이 빈센트 반 고흐다. 자신의 귀를 자른 광기, 정신병원 입원경력 그리고 권총 자살, 한편 이해하기 어려운 불행한 그의 삶을 ‘브라보 빈센트’를 보며 쓰다듬었다. 진실을 위해 삶과 싸웠다는 빈센트의 말이 초기작품 ‘감자 먹는 사람들’을 통해 다가왔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등잔불 아래에서 감자를 먹는 사람들이 그릇에 대고 있는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판다는 점이야. 즉, 그들은 육체노동으로 정직하게 먹을 것을 번다는 거지.’ 동생 테오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를 낭송하는 배우들의 음성이 고흐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예술가로서 늦은 나이 스물여덟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서른일곱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의 하루하루는 오직 그림뿐이었다. 마치 육체노동을 통해 정직하게 먹고 살려는 듯, 푸른 잔디밭의 잔디 날 하나까지 생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던 빈센트, 태양을 담아내려는 그의 열정을 다시 느꼈다. 뮤지컬 배우 카이, 김순영, 박송권, 서동진, 그들의 노래와 낭송은 무대화면 가득 채운 고흐의 그림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이렇게도 행복 할 수 있다는 걸 느낀 밤, 별은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