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순 대표 칼럼] 나비효과 작성자 : 김보람 (IP: *.222.101.234) 작성일 : 2020-07-21 13:55 읽음 : 4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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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는 '작은 사건 하나에서 엄청난 결과가 나온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지구 한쪽의 자연 현상이 언뜻 보면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먼 곳의 자연과 인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으로 기상학자의 기상 관측과정에서 비롯된 이론이다.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갯짓 하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일어날까?” 나비의 날갯짓은 바람의 아주 작은 단위다. 곁에 있는 사람조차도 그 바람을 대부분 느끼지 못한다. “그 작은 날갯짓이 대기에 영향을 주어 토네이도가 된다고?” 과학적인 연구를 토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개연성은 있겠지만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제 많은 시간을 걸어온 탓일까. 자연 현상뿐만 아니라 경제 현상, 인간관계, 때로는 전쟁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나비효과를 떠올려본다.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다. 요즘 건축가와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제안에 따라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을 방문하게 되었다. 하루를 정해서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한국에 오면 꼭 보고 싶었던 건축물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가는 동안 안도타다오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었다. 제주를 방문했을 때 무심히 보았던 본태박물관을 떠올렸다. 뮤지엄 산에 도착하자 안도타다오의 노출 시멘트와 물이 포함된 작품 패턴을 다시 확인했다. 오사카성이 떠올랐다. 그가 태어난 일본에서 오사카성은 나비의 날갯짓이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산속에 맑은 물을 보태서 산 그림자를 곁에 두고 하늘의 구름을 담은 그의 건축 철학에 감탄했다. 안도타다오가 정규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프리츠커상을 받을만한 거장으로 성장했던 가장 큰 이유는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인데 내가 진심으로 즐기는 일을 하고 싶어요”라는 그의 인생관 때문일 것이다. 건축에 문외한인 필자가 건축에 대해 생각했던 단편적인 생각들이 안도타다오의 작품 속에 거의 녹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전율이 왔다. 또 하나의 꿈이 떠올랐다. 자연을 그대로 두고 그 속에 주거공간을 만들고, 주차 공간을 만들어서 그냥 언덕인 듯한 그런 집을 갖고 싶었던 아주 어릴 적 생각을 말했을 때, 무덤 같을 거라며 내 꿈을 비웃었던 이에게 안도타다오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 땅을 싸게 구입하고 건물을 저렴하게 지어서 집 장사를 잘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제 그들이 지었던 건물들은 도시의 폐물이 되어가고 있다. 유럽의 수백 년 묵은 명품 도시는 건축물을 보려는 관광객들이 붐비는데 우리의 구도심은 버려진다. 안도타다오의 초기작품인 스미요시 주택은 40여년이 지났어도 도시의 명품으로 살아나고 있다. 아마도 100년 후에는 인류의 유산이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건축이 예술이라는 점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때맞추어 안도타다오의 다큐멘터리영화를 본 것도 관심을 증폭시켰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인데 작지만 멋진 건축물 하나 도시에 남겨놓고 싶다는 꿈을 시작한다. 올해 내 여행의 주제는 안도타다오다. 나오시마에 가서 지중 미술관을 보면 또 어떤 생각이 들까? 건축가를 만나 보낸 하루가 나에게는 토네이도를 만들 나비의 날갯짓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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