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순 칼럼] 하늘에 뿌리를 둔 나무 작성자 : 김중환 (IP: *.222.101.234) 작성일 : 2018-10-25 15:51 읽음 : 6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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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하늘에 뿌리를 둔 나무, 그게 사람이다. 땅에서 씨 뿌리고 하늘에서 거두는 나무, 그게 사람이다. 이병석 시인이 자신의 시집 ‘하늘에 뿌리를 둔 나무’를 선물 했다. 제주 출장길 공항에서, 비행기 안에서 시집을 다 읽고 가슴이 아렸다. 곳곳에 재취업에 대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표현했다. 제주 출장의 목적 역시 중장년에게 취업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취업 성공 실마리를 찾기 위한 집단상담 진행이었기에 이 시인님의 시가 더 가슴에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 시집에 있는 작품 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보내는 재취업 신청서 등 몇 개의 시를 공유했다. 베이비붐 세대로 살아오면서 ‘일요일도 일하라면 일하고, 국경일도 일하라면 일했습니다. 공휴일도 휴가도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이렇게 살아온 결과가 아직도 재취업을 하지 않으면 곤궁한 시인의 삶이 된 것이 안타까웠다. ‘뻔했다’라는 제목에서는 ‘2010년 위암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건강 자만하여 함부로 살 뻔했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살 뻔했다.’ 필자도 공감했다. 당뇨가 아니었다면 설탕 범벅이 된 빵을 입에 달고 살 뻔했다. 당뇨 덕분에 억지로라도 운동하고 탄수화물 과다 섭취를 경계할 수 있었다. 우리의 중장년이 지금 겪고 있는 문제들 중 다수가 재취업과 건강, 그리고 퇴직으로 부실해진 경제력이라는 것을 공감했다. ‘고백 2018’을 교육생들과 같이 읽으며 각자의 사기 전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시집오면 안방마님으로 깍듯이 모시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었습니다.’ 시인이 눈치를 보며 설거지를 자처하고 청소를 하듯, 고단한 삶을 같이해준 조강지처에 대한 미안한 마음들을 토로했다. 떳떳하게 큰소리치며 잘 살고 싶었던 가장들이 동병상련의 마음이 되었단다. ‘시인이라는 사람들은 밥술깨나 먹으니 낭만만 얘기하는 줄 알았더니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네요’ 그런다. 아니다. 시인이어서 사는 게 더 아프고 곤궁했을지도 모른다. 백 년 만의 더위라고 했다. 집단 상담프로그램을 마치고 숙소로 들어가자마자 찬물로 땀을 씻어내고는 에어컨이 적당하게 식혀준 공기 속으로 들어간다. 찬바람이 새 나가고 더운 바람이 들어올까 봐 장지문을 꽁꽁 닫았다. 부엌에 가거나 화장실을 가기 위해 미닫이를 열면 딴 세상이다. 어디서 불이 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후끈했다. 이 여름에 야외 근무를 하거나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감사했다. 숙소의 작은 방이지만 시원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게 더 없이 감사했다. 이 시인은 ‘제 말은’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 말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죽어도 후회 않을 말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제주공항에서 이륙하기 전 비가 뿌렸다. 비 내리는 제주를 아래로 하고 비행기가 이륙하니 태양이 이글거린다. 어디에도 비가 없다. 우주에서 내려온 태양은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공평하게 빛을 내려주고 있었다. 구름 위에서 내려다보는 그것은 평화롭기만 했다. 그러나 누구의 머리 위에서는 먹구름이고 태풍이고, 비바람이 된다. 이 시인 역시 살아온 날들의 비바람을 견디어 내느라 고군분투했고, 지금도 때로 거센 날씨에 휘청거리고 있는 것 같다. 시인이라는 직업으로 밥벌이 정도는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냥 밥벌이 정도라도. 그래서 시인이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기 위해,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쓰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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